[반디파트너이야기 ⑥] 나눔을 농사짓는 풍요로운 꿈:부산장애인부모회동래지구
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반디 파트너 2016. 2. 1. 09:47 |시골길의 정취가 고즈넉한 부산 외곽 기장군 와여리. 반디 파트너인 부산장애인부모회가 경작하는 와여리 텃밭에는 나눔교육의 일환으로 청소년들이 재배한 배추가 풍성하다. 청소년들은 땀과 숨, 그리고 추억이 스민 배추를 김장한 후, 장애인과 노숙인, 또한 독거노인에게 김치를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12월 19일은 김장하는 디데이. 와여리 마을회관은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등 김장거리로 가득했다. 청소년들의 몫은 배추 30포기지만, 당일은 밥퍼나눔운동본부의 봉사자들과 경성대학교 대학생들도 합세해서 모두 70여 명이 배추 300포기의 김치를 담갔다. 반딧불이 장유성 선생님은 누구보다 청소년들의 활약을 톡톡히 기대했다.
“스스로 훌륭하게 성장하는 청소년도 겪었지만 대부분은 교육이 필요해요. 이를테면 유익한 삶의 체험과 다양한 나눔 경험이 중요하고요. 그중 농사나 김장은 효과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의 정신과 태도를 반듯하게 유도하죠.”
<시골길의 정취가 느껴지는 와여리. 길을 따라가면 반디 아이들이 농사를 지은 텃밭이 있다.>
사회복지형 텃밭에서 나눔을 일구다
부산장애인부모회의 부회장인 장유성 선생님에게 청소년은 애틋한 존재다.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느라 퇴직했지만, 그는 23년 동안 한국교육연구소에서 재직했다. 그래서 부산장애인부모회에서도 그는 여전히 청소년들의 나눔을 고민하고, 열심히 사춘기의 정서에 봉사심을 뿌리내리는 중이다.
“와여리의 사회복지형 텃밭은 4년 전부터 준비했는데요. 당초 텃밭을 설계할 때 청소년들이 배추와 무를 농작하고, 김장해서 사회복지기관에 공급하는 데 목표를 세웠고요. 반디 파트너는 도시농업과 나눔교육을 매칭하면 청소년에게 고무적일 듯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의 잦은 결석으로 OT를 세 번 하는 등 마음을 다해 나눔교육 반디 활동을 진행하는 장유성 선생님>
청소년 교육에 매진하는 장유성 선생님의 기획이 참신하다. 청소년들이 경작한 배추와 무는 그야말로 애정과 보람이 담긴 결정체이다. 단순한 채소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이 녹아있다. 돌이켜보면 그간에 우여곡절이 적잖았다. 중도에 나눔교육을 포기한 청소년도 태반이었다.
“지역아동센터를 중심으로 모집했는데요. 아이들끼리 티격태격하더니 한 명, 두 명…… 결국 거의 모두 그만두더라고요. 그래서 평소 친분을 다졌던 중학교 선생님을 통해 아이들을 재모집해서 리빌딩했어요.”
그사이 한 달 가량 시간이 소요됐다. 장유성 선생님은 나눔교육을 4회기로 새롭게 구성해서 청소년들을 다시 지도했다. 한결같이 살뜰하게 미리 연락하고, 집집마다 차로 데려다주기도 했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배추를 심어보고, 잡초도 골라내는 농사일에 몸담을 수 있었다. 일정상 청소년들이 농작한 배추의 수량은 부족했지만, 인근 도시농업 활동가가 모자란 배추의 모종을 기부했다.
“새로운 청소년들 역시 동참하지 않는 경우가 잦았어요. 한 아이가 나타나면 한 아이가 사라지고, 애먹었죠. 그러나 성공적으로 배추를 수확했고요. 아이들은 자신이 재배한 배추를 두세 포기씩 집에 가져갔어요. 김치를 담거나 국을 끓여 먹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직접 기르고 수확한 배추로 김장을 해서 장애인과 노숙인, 독거어르신들께 전달 할 계획이다.>
겨울마다 김장하는 풍경을 꿈꾸다
어느새 밥퍼나눔운동본부의 봉사자들과 경성대학교 대학생들이 함께 대대적으로 김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청소년은 오직 1인, 정환이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무도 등장하지 않았다. 나눔교육 동안 정환이는 20여 명의 청소년이 교체되었어도 변함없이 제자리를 고수했다. 그 성실한 태도로 정환이는 어른들 틈에서 묵묵히 김장을 거들었다.
<집에만 있으면 심심해서 모든 활동에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말하는 정환이. 무뚝뚝하지만 가장 성실히 참여했다.>
“친구들은 중간에 빠졌지만 저는 텃밭을 가꾸는 농사가 재미있어서요. 장애인분들한테도 마음이 가고요. 독거노인분들과도 김장김치를 나누고 싶어요.”
다소 무뚝뚝하긴 해도 시나브로 고백한 정환이의 진심이었다. 장유성 선생님은 정환이가 기특했던 만큼 한편으로 자신의 안타까운 면면을 점검했다. 여러모로 스케줄이 촉박했던 탓에 사전 프레젠테이션이나 나눔 오리엔테이션을 제공할 수 없었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다짐이나 정서를 가늠하지 못 했다. 청소년 교육에 베테랑이었던 그는 초유의 상황에 속상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체계적으로 교육하면 청소년들은 예상했던 그 이상으로 변화하더라고요. 작년에도 청소년 자원봉사단체랑 농사짓고, 김장했는데요. 소소한 집안일부터 사회의 나눔까지 두루두루 관심을 드러냈어요. 아무래도 다음에는 더욱 철저하게 진행해야겠죠.”
장유성 선생님은 이제껏 청소년의 올바른 인품을 장려하던 그대로 훗날을 도모했다. 실제로 그는 교육청을 연계하는 봉사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공신력을 높여서 한층 적극적인 청소년들을 선발하려고 한다. 동시에 그는 농사를 통한 나눔교육 영역도 확장했다. 가령 제철마다 무공해 야채를 길러서 형편이 힘겨운 이웃과 나누는 것이다.
그쯤 저편에서 김장재료인 무를 나르는 정환이의 모습이 희망처럼 반짝였다. 문득 이듬해 겨울에는 와여리 마을회관이 김장하는 청소년들로 왁자지껄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장유성 선생님의 열정이 청소년들의 마음에 맞닿아 와여리 텃밭에서 풍요로운 나눔을 농사지을 것도 같다. 그래서 나눔이란, 농사처럼 세상을 일구는 자연의 이치라는 진실을 청소년들이 너도나도 깨닫기를 소망한다.
글 I 노현덕 작가. 사진 I 부산장애인부모회동래금정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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